바이오 소재 산업의 활성화에 대해
  바이오 소재라는 단어가 과거 어느 때 보다 요즘 같이 익숙하고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시절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바이오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각기 다른 범주에서 해석되고, 같은 바이오라는 단어를 이야기해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가운데, 동상이몽의 정책이 세워져 왔던 것이 현재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것으로 생각되는 바이다. 바이오 소재 산업의 다음 10년 대계를 위해서, 특히 바이오플라스틱에서의 바른 이해와 범주의 구분으로 이에 적합한 맞춤 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소재와 생분해 소재 그리고 친환경의 오해
바이오 소재라고 할 때, 비전문가적인 시각에서도 본다면, 대표적으로 식물계 물질로 된 것 또는 미생물로 이루어지거나 만들어 낸 물질의 의미로 보통 이해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가 전문화와 세분화가 필요한 바이오플라스틱 산업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에서도 큰 고민 없이 단순하게 반영되어 온 것 같다. 이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겠다.

현재의 바이오산업 소재에 대한 이해를 보면,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볼 수 있겠다. 한 가지는 무·유기인 식물, 광물, 동물에서 직접 얻는 물질과 다른 한 가지는 무기 또는 유기로부터 유래된 원료를 1, 2차 물리적, 화학적 전환 등을 통해 다시 얻는 물질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전자의 의미로 해석되어,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분해되어 없어지는 소재이고, 이러한 물질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소재이다’라는 단순한 이해를 근거로,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분해 소재(Biodegradable Material)이다라는 명제로 통용되어 왔다. 그래서, 바이오플라스틱의 기능에 생분해성(Degradability)이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고, 결국에는 바로 이러한 점이 산업 활성화의 발목을 잡은 결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근래까지도 연구되어온 소재들은 주로 PLA 및 PBS/PES와 같은 에스터계 수지, 전분계 수지, 카프로락톤 또는 셀룰로오즈 수지 또는 카제인 수지 등과 같은 생분해가 잘 되는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개발되었다. 그리고, 소재의 생분해 성능 평가가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생분해성은 다른 산업에서 요구하는 일정 기간 및 성능 이상의 내구력의 요구에는 상반되고 조절하기 어려운 기능이었다. 단순히 일회용 또는 포장재 정도 외에는 고부가가치의 용도가 나오기 어렵고, 제조비용도 높아서, 정부 또는 관련 업계의 지원이 없으면 사업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기형적인 태생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생분해성 소재가 친환경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없어서, 여전히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정책에서는 생분해성 소재가 비싸고 쓰기 어렵지만 여전히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감초로 속빈 강정처럼 다루어져 왔던 것이고, 이러한 깊은 각인이 바이오 소재 산업 활성화를 저해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과연 생분해성이라는 것이 친환경인지에 대해서 화두로 던지고자 한다. 필자는 생분해성에 대한 요구는 인간의 게으름을 정당화 하려는 것에서 과거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단추를 채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분해 소재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일회용 제품에 사용되어, 아무데나 버려지거나 묻혀도 얼마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수거할 필요가 없고,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2차 오염에 대한 염려를 전혀 하지 않는 1차원적인 생각이었고, 국내에서는 오히려 폐기물 부담금까지 면제하는 과오가 생기고 말았다.
오염을 관리할 수 있는 산업 영역에 농작물 보호 필름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였지만, 생활 및 산업제품으로 사용될 때는 수거 처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던 것이고, 고기능성에 사용하기에는 지원책이 아무 것도 없기에 또한 용도 확대에서의 독려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친환경 소재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소재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제는 탈석유화가 친환경이다.
친환경 바이오 소재라는 것이 분해되어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점에서 친환경이 아니라, 탈석유화를 통해 CO2 감소 및 환경오염을 줄이게 하여 친환경이라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이점을 중심으로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겠다.

이렇게 되면, 기존 생분해성 소재들은 다른 석유화학 소재와의 복합을 통하여 내구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대를 꾀하고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자면, 상기에 언급하였던 기존의 친환경 소재들의 생분해성을 특징으로 한 특수 용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 사용하는 비율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겠다. 또한, 석유화학 원료가 아닌 자연으로부터 온 카본이 원료가 되어, 더 이상의 카본을 지구 대기권에 내놓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 또는 증가의 속도를 늦추도록 한다라는 개념이 추가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한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의 생분해 소재의 단점인 물성 저하의 문제점이 없고, 뛰어난 내구성과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제는 바이오 소재는 생분해 소재를 포함하여, 추가적으로 원료 물질을 석유(Petro)가 아닌 유기, 무기계로부터 동일한 화학원료를 만들어 내는 소재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이를 국내 산업 및 사회, 정부로의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쉬운 사례로, 바이오 연료로 국내외에서 이미 자동차 연료를 콩기름, 유채씨 기름, 팜유 등에서 뽑아내는 바이오 디젤이 있겠고, 바이오플라스틱으로는 브라질의 Braskem이라는 회사가 사탕수수로부터 에틸렌을 합성하여 폴리에틸렌을 상업화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바이오 에틸렌글리콜 사용한 폴리에스테르는 이미 국내외에서 상업화가 시도되었는데, 특히 필자가 근무하는 SK케미칼은 옥수수로부터 유도한 특수 모노머를 도입한 ECOZEN이라는 고투명, 고내열 폴리에스테르를 상업화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과거로부터 많이 실행되어 왔는데, 근래에 상업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도 새로운 유전이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개발되어 인류가 채굴 할 수 있는 원유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유전 개발의 난이성이 늘어감에 따라 비용 상승이 지속적으로 있고, 바이오 원료의 비용에 대한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예상 해보면, 지구 대기환경을 보호하고 오염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바이오 소재의 개발과 산업화를 통하여, 화석원료를 더 이상 지구 내부로부터 꺼내는 일 없이, 재생 및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소재를 중심으로 인류의 생활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바이오 소재 시장은 각국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 단기적인 국내의 바이오 산업 활성화 정책을 지체 없이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결론
본 필자는 첫 단계로, 단기적으로 국내의 바이오플라스틱 산업 지원 및 플라스틱 자원 재생과 폐기물 부담금에 대한 정책을 상호 유기적으로 보완하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개념 확대와 기반 구축
친환경 소재 관련 법령에 있어,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한 법규 및 지원책을 탈석유화 바이오플라스틱의 개념을 중심으로 변경하고, 실제 사례의 재정립과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

우선, 친환경성 평가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생분해성 평가 시험법(ASTM D 6400 참고)은 유지하고, 추가로 탈석유화의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해 바이오매스(Biomass)유래의 카본 함량을 확인하는 새로운 시험법(ASTM D6866 참고)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 이 측정 방법은 국내에서 가능한 시험기관이 없어, 미국의 BETA Analytic이라는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업계 현실이기에, 국내 시험기관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2) 자원 재활용법의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의 사용 활성화 정책
기존 법령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에만 해당된 폐기물 부담금 면제 대신, 상기의 탈석유화의 개념도 포함하여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및 바이오매스 유래 플라스틱 사용 함량에 비례하여 폐기물 부담금의 면제 또는 장려금을 지원해야 한다.

PLA의 경우, 생분해 성능만을 기준으로 하여, 국내에서 폐기물 부담금의 면제를 주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PLA의 장려가 아닌 오히려 확대에 장애가 되었다고 보인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인정된 소재라서 사용하는 비율에 따라 면제를 하였다면, 다른 소재와의 물성 보강을 통해 사용 확대가 있었을 것이고, 회수와 처리방법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3)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인증 마크의 활성화
현재 국내 바이오 소재 관련 협회에서 운영하는 바이오플라스틱 인증 마크 제도가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던지, 또는 공식적인 정부 인증제도 도입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쉽게 인식하고 접하면서 바이오 소재로 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기와 같은 3가지 사항을 단기적으로 우선해서 민관 협력 하에 실행해야 하겠고,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정책에서의 바이오 소재 및 재활용 소재에 대한 국가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민간 기업과 정부 기관의 지속적인 프로젝트 구성과 실행 이 이루어져야 하고, 동시에 지원책과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겠다.

국외에서는 바이오플라스틱 산업계의 변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져 온 것에 비하여, 국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심의 정보와 법령으로 바이오 소재 산업 발전이 비효율적으로 느리게 진행되어 왔다. 이제는 탈석유화라는 관점에서 바이오 소재의 확대를 위해서 민관 및 학계의 빠른 대처와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2013.5.15
SK 케미칼 수지사업본부 황정준 차장